나는 산과 바다로

2024년 3월. 산과 바다로

코코와채송 2024. 6. 9. 19:08

2024년 3월 23일 (토, 맑음) 아홉산과 회동수원지

낮 온도 20도

옷을 입으며 배낭을 챙기면 귀신같이 냄새를 포착하고 따라나설 거라며 들떠서 조심조심 움직이면서 이리 쿵 저리 쿵 받히잖아.

그러면 방석 위에 올려놓으면 곧바로 또 움직이잖아.

채비를 할 수 없어 많이 성가셨다.

똑똑한 코코가 이때만 딱 못 알아들었단 말이야.

온 산을 누비던 자연의 냄새가 그리 좋아서 그랬제?

채송이 떠나고 재작년과 작년은 매일 3~4km를 산 주변으로 안고 산책 다녔잖아.

또 휴일엔 비 오는 날 빼고는 다 데리고 다녔잖아.

이제 그런 모습의 코코가 없다.

채비하면서 목이 매인다. 동시에 눈물과 콧물이 흐른다.

코코하고 채송이하고 갔었던 곳을 한 바퀴 휙 돌았다.

아홉산은 진달래산이잖아.

진달래가 아주 만발했더라.

아직 꽃봉오리도 있어 한동안 화창하겠더라.

산길 어디든 옆에는 진달래고 한참 코코와 가고 있을 이 길일 텐데..

내내 목이 매였다.

우리 코코, 채송이와 천년만년 다닐 거라고 전정가위 챙겨서 길에 삐져나온 성가신 것들 다 잘라냈잖아.

코코 눈을 찌를 것 같은 청미래덩굴을 비롯해서 낮은 나뭇가지들, 등산객들도 성가실 등산길에 삐져나온 나뭇가지들

그때가 참 행복했었는데 이제 아무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길을 걸으며 코코 채송이 모습을 생각했었다.

무지개다리 건너면 그곳은 천상의 화원이라 늘 상상한단다.

아프지도 않고 꽃과 잔디, 풀밭이 무한히 펼쳐져 있는 하늘의 꽃동산 말이야.

둘이 뛰놀다 지치면 쉬고 또 뛰어놀고.

그래도 우리끼리 다니던 이곳보다도 조금 못하제?

둘이 신나게 뛰놀다가도 순간 딱 멈춰서 내가 오나 안 오나 두리번두리번 그곳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조금만 더 놀고 있어.

무지개다리 건너 기다리는 너희들 만나러 짠 하고 나타날 테니까.

다시 만나서 우리 잠시라도 헤어지지 말고 영원히 같이 살자.

그러고보니 카메라에 SD카드가 1~2년에 한 번씩 오작동 났었다.

그게 오늘이네. 그래서 오늘 아홉산 인증숏이 사라졌다.

컴에 접속할 때 자주 SD카드 포맷 해야겠다.

지난 사진을 찾아보았다.

2024년 3월 24일 (일, 오전 눈꼽만큼 비, 오후 흐림) 금정산

낮 온도 11도

흐리고 바람 불고 쌀쌀하다.

들떠서 우왕좌왕하며 쿵 하고 받히면 안 되니 언제나 조심조심 등산채비를 했다.

하지만 저 멀리 큰방에서 금방 알아차린다.

한 개 준비하면서 제자리에 앉혀 놓고 한 개 준비하면서 제자리에 앉혀 놓고..

언제나 휴일에 이렇게 공식이 되어 버렸다.

그 자리는 텅 비어 그런 모습이 없다.

침울해져 밖을 나선다.

코코와 채송이랑 더운 8월에 우리가 산 쪽 아파트로 이사 왔었잖아.

이사 와서 우리가 처음으로 올랐던 금정산 그곳으로 한 바퀴 휭 돌았단다.

걸으며 계속 중얼거린다.

코코야, 채송아

내 목소리 들리나? 혹시 목소리가 그곳까지 들려서 귀를 쫑긋?

훗날 무지개다리 건너 우리 다시 만나면 안았다가 걷다가 뛰다가 영원히 함께 걸어가보자.

2024년 3월 30일 (토, 흐림) 천성산_비로봉

논스톱 13km, 4시간 30분

천성산 2봉 이름이 이제 비로봉으로 바뀌었다.

코코, 채송이랑 다녔던 곳으로 한 바퀴 돈다.

군데군데 선명한 기억들로 그때마다 중얼거리며 목이 매였다.

여기 이 가파른 곳을 코코가 올랐네.

채송이는 숏다리니 한 손에 딱 장착되어 안겨서 갔고

우리가 가보지 않은 개척길도 참 많이 다녀서 무대뽀 가족이었지. 아무렴

여기 눈 길로 가는 코코 뒷모습 찍었지.

나는 밥을 먹고 너희들은 간식을 먹고 이곳이었지.

.....

등산하며 긴 시간 내내 계속 중얼거린다.

코코야 채송아

내 목소리 들리나?

하늘에서 보고 있나?

내 목소리 들려 귀를 쫑긋하나? 그러면서 수없이 하늘로 쳐다보고.

너희들은 떠나고 슬픔은 오로지 내 혼자 몫이네.

이 길에서 채송이는 깡충깡충, 그러다 오른손에 딱 안기고

코코는 묵묵하게 걷는 산 사나이

어디든지 우리들이 그런 풍경으로 다닐 때가 제일 행복했단다.

어떤 괴로움도 어떤 어려움도 어떤 코로나도 있었지만

우리 셋이 산으로 들로 갈 때면 그때가 최고로 행복했단다.

채송이가 산신령님 옆에서 사진을 찍었었지.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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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천성산_비로봉 (예전 천성산 2봉)

2024년 3월 31일 (일, 오전 맑음, 오후 구름) 영남알프스_영축산

언제나 논스톱이다.

지내 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올랐다.

재작년에 코코, 채송이와 함께 오른 곳으로

막판 1km 제법 힘들더라.

지난날 산장 지나며 1km는 눈과 얼음이 녹으며 질퍽거리고 가팔라서 카메라 매고 두 녀석을 안고 어떻게 올랐을까?

오히려 혼자 오르는 지금이 제법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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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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