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산과 바다로

[사진] 2022년. 강아지와 나들이_1월_채송이와 이별

코코와채송 2022. 1. 2. 18:37

2022년 1월 2일 (일, 맑음) 노포 하천

 

새해가 밝았다.
낮 온도 9도, 포근한 봄 날씨다.
노포 하천 두구동 다리에서 회동수원지 상현 마을까지 장장 11km를 코코는 갔다 온다.

이제 코코는 12살, 채송이는 11살 (만 나이)

코코는 그동안 눈에 늘 상처를 입어왔는데 한두 달 전부터 갑자기 눈이 멀어졌다. 한 번씩 앞에 나무 기둥에도 처박힌다.
하지만 지치지도 않고 언제나 에너지 만땅이다.
채송이는 한 달째 심장약이 먹히지 않고 있다.
열흘 전부터 잘 안 먹더니 아레부터 눕지도 않고 앉아 말도 없어지고 꼼짝도 않고 숨만 힘겹게 쉰다.

어매는 5일째 울산에서 1인실에 입원 중이다.
폐렴 증상으로 입원하여 년말 이틀 정도 사경을 헤맸고 이제 많이 좋아지고 있는 중이란다.
어제 새해, 온 가족들 다 돌아가며 면회되었는데 장남인 내만 코로나 백신 2차까지 맞지 않았다고 면회를 할 수 없었다.

임인년 새해가 무겁게 시작되었다.
꽃 피고 새가 우는 봄날, 녀석들 예전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닐 수 있길 간절히 고대해본다.

 

 

 

 

 

 

 

이날 저녁에 채송이는 별이 되어 떠난다.

 

저녁 9시쯤에 약을 먹이는데 입을 안 벌린다.

당연히 내가 손으로 입을 벌리지만 평소와 다르게 입을 벌리는데 더 힘들다.
약을 털어 넣었는데 입에 넣은 약이 왜 초록색이고? 새로 약 지어와서 그렇나? 초록색 약도 있었나? 핥지도 않고 꼿꼿이 내 쳐다보며 꼬리만 흔드노?
뭔가 느낌이 안 좋네. 내일 아침에 2차 병원에 가려고 전화로 예약했다.
한참 후에 뭔가 모를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일단 안고 병원으로 나섰다.
쪼매한 것이 언제나 한 손으로 안고 다니니 응급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가는 중에도 한 손에 안겨서 가고..

그대로 안겨서 똥을 샀다.

그렇게 내 품에 안긴 채 고이 잠들었다.

함께한 긴 세월이 얼만데 가슴이 찢기며 울고 또 울며 오열을 한다. 엉엉엉~

코코 오빠야 하고 바로 채송이 따라 가까?

 

 

 

 

 

 

 

 

 

2022년 1월 4일 (화, 맑음)

 

아레밤부터 어제도 하루 종일 목이 매여 울고 또 울고.
평생을 집 안에서 졸졸 따라다니며 꼬리 치고 화장실 갈 때조차 따라다녔는데
코코까지 조용하니 텅 빈 집처럼 그렇게 공허할 수가 없다.

옷이 보여도 목줄이 보여도 밥그릇이 보여도 간식이며 지나간 모든 흔적들에 목이 매인다

 

그날 밤에는 혹시나 살아날지도 모른다며 안고서 한두 시간 계속 어루만졌다. 몸은 온기가 그대로 있는데.

그러고선 소파에 눕혀 놓았다가 코코가 눈치라도 챌까 봐 한밤 중에 자다가 문득 깨여 종이 상자에 고이 넣어 차가운 뒷 베란다에 두었다.
어제 월요일은 몸도 만신창이에 묻을 삽도 없어 또 하루 밤을 보냈다. 혹시 살아났는지 종이 상자 밤새 열어보고 또 열어 보고. 엉엉엉~


오늘 오전에 뒷산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함께 한 긴 추억이 아른거려 그리워서 목이 매이고 눈물이 흐르고 오늘도 너무 힘들다.

이 감당을 우째야 하노.

 

 

 

 

 

 

 

 

 

2022년 1월 5일 (수, 흐림)

 

낮에 출근하는데 그 길에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아른거리니 또 눈물이 난다.
사흘 밤낮을 그리 울었는데도.
오늘도 그리워서 보고 싶고 아른거리고 내내 눈물이 흐른다.

새벽녘에 잠시 깨며 비몽사몽 중에 왜 뜬금없이 금연 생각이.

그만큼 울었으면 이제 됐다고 금연 선물 주려고 마지막으로 왔다 갔나? 슬픔에 묻혀 금단 이겨낼 거라고.

너 만날 때까지는 쳐다보지도 않으께. 채송아 고마워.

 

그리고 채송아 내가 잘못했다.
2차 병원 처방대로 했으면 생글생글 오래 살았을거야.
너에게는 곡 필요한 것이 폐고혈압 약이었는데 폐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 했는데도 다른 두 곳에서 너에게 제일 중요한 이걸 빠진 채 이제까지 먹었다. 그러니 점점 악화되는 갔는 가봐.
그래도 깡충깡충 뛰어다녔는데 정확하게 약을 썼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거 아냐.
2차 병원에서 자료 넘겨 준 곳 동네 병원에서는 처방대로 하자면 평생 그렇게 24만 원씩 약을 먹어야 한다해서

싸게 하는 방법 없냐니까 성분이 비슷한 다른 약으로 쪼매 싸게 지어질 수도 있단다.

그러니 나는 옛날 가던 병원으로 갔다. 한 달 10만 원 짜리와 15만 원 짜리로.

이 두 명 의사에게 폐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 얘기했을 텐데 채송이에게 폐고혈압 핵심 약이 빠진 누구나에게 기본적인 심장약으로 지어졌네.
내가 제일 원망스럽고 나머지 의사들도 원망스럽다.

아까 설거지하는데 니가 안 보인다. 설거지 할 때면 언제나 옆에서 딱 쳐다보고 앉아 있어잖아. 또 눈물이~

 

 

11살, 등산 중에 한 컷, 사람 나이로 71살 할매인데도 생글생글 깡충깓충

 

 

 

 

 

 

 

 

 

 

 

2022년 1월 6일 (목, 맑음) 

 

오늘도 하루 종일 목이 매이고 목이 매일 때마다 위장도 멈추는 느낌이다.
올겨울 처음으로 돼지국밥 먹으러 들어갔다. 소주 한 잔 하는 중에 엉엉 울어버렸다. 손님들이 있으니 소리도 내지 못하고.

채송아, 한 7년 전에 지인들자테 한 말이 있다.
10년 후인 2025년쯤 되면 어매도 95세, 코코와 채송이도 15살 되니 죽을 테고 모두가 떠나갈 시점이라 그러니 나도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어 따라갈 것이라고.

 

오늘은 코코 오빠야가 앞을 더 못 보네. 갑자기 팍 나빠지고 있네.

쉬하러 나갔는데 늘 걷는 곳을 알면서 바로 옆에 바위라 못 올라가는 곳인데도 그곳으로 지나가려 하더라.

집에서 발로 눈을 긁는 가봐. 눈이 빨갛고 어디 또 이상이 없는지 내일 가봐야겠다.

 

깡충깡충, 하루 종일 아른거리고 그리움에 보고 싶어 목이 매이고..
매일 술을 마시고도 추스릴 수가 없다. 우짜꼬.

 

 

 

 

 

 

 

 

 

 

 

 

2022년 1월 7일 (금, 맑음)

 

오늘 6일째 매일 술과 눈물로 눈이 팅팅 부어삣네.

채송이는 무지개다리에서 만나면 반갑다고 깡충깡충 뛰며 휙 돌 테야.
언제나 맛있는 것 소리라도 나면 뱅글뱅글 ㅎ 맛있다고 뱅글뱅글, 이래저래 기분 좋다고 뱅글뱅글 ㅎ

훗날 시골 할머니랑 코코 오빠야랑 만나서 잠시도 떨어지지 말고 우리 넷이 그곳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참 좋겠다.

 

 

 

 

 

 

 

 

 

 

 

 

 

2022년 1월 8일 (토, 맑음)

 

코코 오빠야 목줄 딱 해서 뒷산 3시간 돌고 왔다.
늘 다니는 계단인데 어떤 곳은 못 내려오더라.
분위기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빌었다. 올 한 해 오늘처럼만이라도 해 달라고.
코코 오빠야는 전문 등산인보다 체력이 더 좋잖아. 조금이라도 눈이 더 나빠지면 결국 걷지 못하겠지. 

낮에 밥을 겨우 서너 숟갈 떠먹고 코코 오빠야 하고 뒷산 돌러 나갔다. 일주일 내내 목이 매이니 위장도 멈춰 버렸다.

사람들은 자식, 자식이라고 할 때마다 반려 정도면 족하지 조금 오버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자식이 맞았다.

채송이와 코코 오빠야는 개도 강아지도 반려도 아닌 내 자식 이었어.

 

 

 

 

 

 

 

 

 

 

 

 

 

2022년 1월 9일 (일, 맑음) 노포 하천

 

지난주 지금 쯤 채송이가 별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어. 엉엉~
오늘 코코 오빠야 하고 지난주처럼 노포 하천 잠시 돌았다. 집에 돌아와 아쉬워 곧바로 자장암까지 쪼매 더 갔다 왔다.
코코 오빠야 주려 고기 굽는 중인데 기분 좋다고 뱅글뱅글 돌 우리 천사가 안 보인다.

코코 오빠야가 침대로 가는 것은 학습인지 아직 문제없고 물 먹는 곳도 문제가 없고,
코코야 하니까 다른 곳을 쳐다본다. 이제 거의 안 보이나 봐.

시골 할머니, 너희들, 나는 늙어 가며 일도 그렇고.
새해부터 쓰나미처럼 밀려와 정신을 못 차리겠다.
채송아, 깡충깡충 너무 보고 싶다. 엉엉~

어제 토요일 밤새 눈물 흘리며 시원 소주를 거의 3병이나 마셨더구나. 

술과 눈물로 자고 나니 눈이 팅팅 불어 쪼맨하게 되었더라.

 

 

 

 

 

 

 

 

 

 

 

 

 

2022년 1월 14일 (금, 맑음) 

 

낮에 집을 나서며 걸어가는 데 또 눈물이 흐르며 목이 매였다. 너무 보고 싶어서.

엊저녁 분위기가 계속 연장이 되었나봐.

엊저녁에 이마트 가서 코코 오빠야 간식 사러 갔는데 간식 보며 곧바로 목이 매였다.

어느 간식을 더 맛있어할까 언제나 채송이 너 모습 떠올리며 간식 고를 때 얼마나 내가 행복했었는지 아나?

간식 봉지 소리만 나도 앞발 구르고 뱅글 돌며 빨리 달라 보채며 누구보다 맛있게 먹었잖어.
과묵한 코코 오빠야는 표정이 그리 변함 없잖아. 엊저녁에 코코 오빠야 주는데 즐거워 뱅글 돌며 먹고 있을 너가 옆에 안 보이니 목이 매이고 그래서 그것이 밤 늦도록 계속 눈물로 우울해졌나봐.

아직도 매일 욕실에 들어가 샤워할 때면 늘 목이 매이는데 오늘 낮에 샤워 할 때는 울었다.

따신 물 틀어 놓고서 막 나오는 찬물로 채송이가 욕실에서 쉬한 곳에 쭉 훑고 나면 그때부터 딱 나오는데.

엊저녁부터 계속 보고 싶어 오늘 낮에 집을 나서 걸어가는 도중까지 계속 눈물이 흘렀단다.

 

 

 

 

 

 

 

 

 

 

 

 

 

2022년 1월 15일 (토, 맑음)

 

코코 오빠야 하고 뒷산 돌고 내려오다가 잠시 오빠야 안고서 너 있는 곳을 오늘 처음 가봤다.
처음 모습 그대로더라. 참나무 낙엽들을 흩여놓고 나뭇가지 올려놓은 것이 고대로 있더라.
이별하리라곤 나는 꿈에도 몰랐지만 너는 일주일 전부터 잘 안 먹으며 준비하고 있었잖어. 

심장 사료로 바꿔서 안 먹는 줄 알았어. 엉엉~ 그리고선 이틀 전부터 거실에서 밤새 앉아 있어잖어. 

왜 너 혼자만 안고 갈 거라고 쉬쉬하고 있었어? 엉엉...

우리하고 이별 준비한다고 많이 힘들었제? 차가운 땅속이지만 이제는 숨 쉬시는 것도 편안하고 좋제? 엉엉.
뒤에 코코 오빠야 하고 무지개다리에서 만나면 그때는 영원히 신나게 뛰어다니며 살자.

 

 

 

 

 

 

 

 

 

 

 

2022년 1월 16일 (일, 맑음) 노포 하천

 

코코 오빠야 하고 오늘도 노포 하천에서 상현 마을까지 10km 돌았다. 
뜬금없이 대방어가 갑자기 생각나서 집 밑에 먹으러 갔는데 대방어는 없고 소방어가 있대. 맛이 영 없더라. 

언제나 소주 안주보다 회가 꼭 남는데 갖고 오면 채송이가 얼마나 맛있게 먹었노?
우리 셋이서 어떤 삶에 변수도 없이 모든 삶에 공식처럼 녹아 있잖아.

남은 회 살짝 담는 중에도 눈물이 나왔다.
집에 와서 삶아 주는데도 코코가 안 먹네. 날 회나 삶은 것이나 이럴 땐 몽땅 채송이 몫이잖아.

 

 

 

 

 

 

 

 

 

 

 

 

 

 

2022년 1월 18일 (화, 맑음) 

 

한겨레신문에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기사가 떴더라.
지난 년말에 어느 기관에서 1천 명 대상으로 조사가 있었는데 동물의 죽음을 지켜본 이들 중에 50% 즉 절반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네.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이들을 대상으로 슬픔을 딛고 일상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이 ~1달까지(6%), 1달~3달 (12%), 3달~6달(12%), 6달~1년 (18%), 1년~2년 (25%), 2년 이상(25%)
그러니까 대충 절반이 2년 정도 걸렸나 봐.
멘탈이 강한 사람은 언제든지 반려로 함께 해도 되겠지만 우리처럼 마음 약한 사람은 생명들을 함부로 집에서 들여서는 안 되겠다. 이별의 슬픔을 감당 못하니.

 

 

 

 

 

 

 

 

 

 

 

 

2022년 1월 21일 (금, 맑음)

 

채송이 너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순간 목이 매이니 가급적 안 떠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대신 코코 오빠야가 너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 씩씩한 모습으로 지칠 줄도 모르고 자연에 환장하여 걷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집안에서 내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멍하니 있을 때면 채송이 너의 슬픔이 코코 오빠야에게 넘어가 있을 뿐이다.
안경을 7번째 샀는데 뒤늦게 맞는 안경을 찾았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네. 나도 인터넷도 모두 원망스럽다.
남은 코코 오빠야 마저 채송이 보러 떠난다면 그때는 더 감당이 안 될 텐데 만약 이겨내지 못하면 나도 너희들 따라가련다.

 

 

 

 

 

 

 

 

 

 

 

2022년 1월 23일 (일, 흐림)

 

어제 토요일은 어매 보러 갔다. 퇴원해서 근처 큰 누나 집에 있다. 

오후 한나절 손발 주무르며 이런저런 얘기들.
3~4주 누워 있는 바람에 다리 보니까 허벅지 근육이 하나도 없더라. 그냥 물처럼 출렁출렁. 깜짝 놀랐다.
이제 쪼매씩 더 먹고 더 걸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겠지.

 오늘 오후에 코코 오빠야 하고 뒷산 돌았다.
흐린 데다 바람 한점 없이 포근해서 센치멘탈 해졌나 봐.
깡충깡충 하얀 채송이가 아른거리며 뛰어가는데 목이 매이며 계속 눈물이..
그리고 가는 도중에도 집에 와서도 코코 오빠야 간식 주는데도 코코 오빠야는 주면 주는가 보다 하고 먹잖아.

환장하게 먹던 채송이가 아른거리고 오늘은 오후부터 계속 눈물이다.
채송아 보고 싶다. 엉엉엉~

 

 

 

 

 

 

 

 

 

 

 

 

 

 

 

2022년 1월 31일 (월, 맑음)

 

한참 설날 년휴 중이란다.
코코 오빠야 하고 노포 하천 돌고서 왔다가 쪼매 모자라서 뒤에 자장암까지 갔다 왔다.

또 카카오스토리에 밑에 요 사진들만 딸랑 올려봤다.

 

 

 

 

 

 

 

 

 

 

 

채송이 너 떠나고 보름쯤 후에 갑자기 어떤 노래가 흥얼거려지더라.

조용필 노래인데 이 사람 곡은 내가 한 곡도 안 좋아하거든. 
키워드를 '조용필, 그 꽃잎 지고 나면' 치니까 '바람이 전하는 말'로 나오더라. 바로 그 곡이었어.

한두 번 따라 불러 봤고 주변에 '돌아오지 않는 강' 어쩌고 하면서 다른 사람이 뜨더라.
애플씨스터즈의 '당신의 눈 속에'란 곡이다.

처음 들어보니 좋더라. 연이어 계속 들어봐도 참 좋네. 아직까지 내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들을 때마다 채송이가 계속 오버랩되고 있단다. 그래서 너 사진에 음악 얹어 보았다.

코코 오빠야 하고 함께 거닐며 행복하다고 뒤돌아봤나? 눈물 콧물까지 왜 흘렸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