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4일 (일, 안개비) 영남 알프스, 외항재
지난주 일요일 고헌산에 올라서니 반대 편에 임도가 보였다.
오늘은 이곳 산 허리 임도를 돈다.
궁금해서 끝까지 쭉 들어가 보자였는데 그것이 한 바퀴 휭 돌아 나오네.
우산 쓰다 말다 10시 반~ 3시로 대충 너다섯 시간이 걸렸네.
태풍 간접 영향으로 오후에 비가 제법 오기로 되어있더구만.
출발부터 내내 우산 없어도 될 미세한 안개비다.
길가다 우연히 찍은 것이 돌아와서 보니 절묘하다.
닭이 다리 꼬아 꼬리 치켜들고 뒤로 쳐다보며 거니는 것 같다.
2016년 9월 11일 (일, 맑음) 백양산 둘레길
어제 토요일 오후에 뒷동산에 강쥐하고 돌다가 강쥐 팀이 술 한잔하고 있어 합류하였다.
부어라 마셔라 집에 우째 왔는지도 모르겠고 밤새 토하고
오늘 가야 할 등산에 오랜만에 카페에 예약해 놓았던 곳이라 그로기 상태로 비몽사몽 나섰다.
아~ 정말 힘들었다.
2016년 9월 18일 (일, 흐림) 금정산
추석 년휴 5일 째인 마지막 날이다.
태풍 간접 영향이라 산에는 안개와 바람에 날려가겠다.
2016년 9월 25일 (일, 구름 많음) 신불산
등억 - 칼바위 - 신불산 - 간월재 - 등억
오전 8시 ~ 낮 1시. 논스톱 5시간
곧바로 고향 집으로 달려갔다.
모레부터 한 달간 리모델링 들어간다고
오늘 온 가족들 모여 큰 채에 있는 것을 창고와 아랫채로 1차 비운다.
2016년 10월 2일 (일, 구름 많음) 산내 외항재
강쥐팀과 함께 트레킹
2016년 10월 3일 (개천절, 월, 흐림) 금정산
2016년 10월 9일 (일, 맑음) 금정산
호포 - 암릉 - 고당봉 - 범어사
올해 들어 오늘 청명한 가을 첫 날씨다. 정말 날씨 뿅 간다.
암릉 구간으로 올랐다.
낭떠러지 바위에 소나무가 한 그루 자라나 있어 그것 함 찍어보려 카메라 꺼내는데 렌즈 앞 뚜껑이 데구루루 떨어져 버리네.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한 뒤 우회해 내려가서 숲을 뒤집고 찾아도 없다.
그리고 이 코스는 재미가 없다.
이 좋은 날 내내 방에서 주인 기다리며 죽치고 있을 강쥐를 생각하니 돌아와서 곧바로 녀석들과 뒷산 또 오른다.
2016년 10월 16일 (일, 비) 백양산 둘레길
12시 40분 시작 ~ 4시 20분 도착
빗속 우산 쓰고 논스톱 4시간 40분 걸었군.
2016년 10월 30일 (일, 쾌청) 시살등
내석마을 - 오룡산 - 시살등 - 통도사
내석마을 오전 11시 40분 출발 ~ 통도사 신평터미널 오후 5시 50분 도착
논스톱 총 산행 6시간 10분
오늘 등산은 쪼매 할 말이 많다.
정각 9시에 나서며 국밥 한 그릇 사먹고 버스를 타고 내석 마을에 도착하니 헐~ 11시 30분이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다.
마을이 참 평화롭다. 마치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멋진 마을이다.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청명한 가을날 탓일까?
마을 안쪽으로 쭉 걸어 들어갔다.
앞서 인터넷에서 대충 본 지도나 느낌으로 자동차 한 대 다니는 길로 끝까지 걸어 들어간다.
한 사오십분 지나니 직진하며 내리막길과 좌측으로는 오르는 갈림길이 있던데 좌측으로 올랐고 곧바로 길이 종료되면서 딸랑 집 한 채가 가로막고 있다.
이 길 한 중간에 집이 딱 있다. 뭐꼬?
커다란 백구 한 마리가 나와 막 짖는다.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백구 이 녀석은 짖어대며 꼭 덤빌 기세다.
그대로 서서 사방을 쭉 가늠해 보니 집 옆으로 갈 곳이 없고 집 안쪽을 통과해야 한다.
혹시 모를 습격에 몽둥이를 들까 하다가 아스라 몽둥이를 보면서 진짜 덤빌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맨몸 정면 돌파다.
살짝 움직이니 백구도 짖으며 살짝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심조심 집을 통과했다.
막 통과하자 마자 뒤에서는 짖고 있다. 묶여 있는 백구 2마리까지 총 3마리다.
이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없다. 아~ 사면초가다.
앞 방향을 보니 길 같은데 풀과 나무로 어우러져 있어서 이집 주인이 이 길 뒤에 텃밭이나 뭐가 있어 예전에 살짝 다녔던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선뜻 들어가기에 길이 마땅찮다. 풀과 나무로 뒤범벅되어 있어서다.
길은 외통수요, 이곳을 가야 맞는 것인데 왜냐하면 방향상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고 텃밭 길이어서라도 뚫고 들어가야겠지.
아니면 돌아 나와야겠지만 돌아나가기엔 백구가 일단 신경 쓰였고 그렇다고 나가 봐야 뾰족이 등산길도 없다는 생각에 또다시 정면 돌파다.
한 30m 헤치고 들어갔나?
어라, 긴 터널 빠져나온 것처럼 뻥 뚤린 새로운 공간으로 믿을 수 없는 신천지가 쫙 펼쳐졌다.
어쨌든 오호~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맞군.
쭉 오르는 중에 두 가지가 늘 뇌리에 깔려 편안하고 즐거울 가을 등산은 아니었다.
첫째는 많은 사람들이 다녔을 넓은 길인데 언제부터인지 사람 다닌 흔적이 없어 보인다.
길에 나무들이 자라나서 드문드문 지나기에 성가신 곳도 많다.
둘째는 시작부터 길이 매끄럽지 않은데 저 위에 꼭대기로 갈수록 길이 좁아져 행여 수풀이라도 우거져 뚫고 못 나간다면
일정대로 움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시 돌아내려간다는 것은 아~ 끔찍할 수밖에 없다.
왼쪽 계곡을 끼며 계곡따라 계속 등산길따라 올라간다.
한 8부 능선에서 3개 정도 가는 계곡이 생기면서 길이 딱 사라져삣다.
이때부터 아무 곳이나 가파른 비탈길로 마구잡이로 오른다.
또 긴장의 연속이다.
막판에 못 뚫고 나갈 수풀이라도 우거져 있으면 오르려 계속 헤매던지 안되면 도로 내려가는 수밖에 없겠지.
만약에 되돌아 내려가진다면 오늘 등산은 꽝이다.
오지 같은 숲 속, 방향 잃을까 송전탑을 기억해 두었다. 통박은 통했다.
오우~ 드뎌 능선길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참 궁금했던 것이 지금 한참 북적북적할 등산 계절이다. 그런데 오후 3시까지 등산객 단 한 사람도 못 봤다.
한 여름도 한 겨울도 아닌 이 좋은 계절에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뒤에 알았다. 이 산코스는 종주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찾는 단다.
한때 찬란했을 길 모습이다.
그 집 마당을 통과하지 않고는 이 길을 갈 수 없으니 뒷날 누군가 오늘 나처럼 이 곳을 향해가겠지.
아니면 길이 폐허되면서 영영 잊혀지려나?
나즈막한 나무에다 넝쿨이 쳐져서 쪼그려 오리걸음으로 천천히 기어갔다.
저 멀리 햇살 비치며 곱게 물들어 참 예뻐더라.
폰으로 줌 해서 찍으니 흐릿한 게 안 예뻐 아쉽다.
8부 능선쯤에서 길이 사라졌다.
이게 진달래인지 산철쭉 인지 모르겠고 이곳저곳 사이로 마구잡이 가파른 비탈길 무작정 오른다.
아주 가팔라 나뭇가지라도 잡아야 오를 급경사인데 사진은 과수원처렴 평지 같노.
문제는 저 위에 진짜 더 이상 갈 수 없을 수풀이 기다리는지 극도로 긴장되었다.
통박이 통했다.
길도 없는 사진 왼쪽에서 무작정 올라서니 쨘~ 이런 시원한 임도가 나타났다. 휴~
내내 긴장이 막 종료되고 이제부터 진짜 산행 시작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딱 2시간 흘렀는데 긴장 속에 가파른 비탈길로 너무 헤맸는지 등산 대여섯 시간 했을 때의 묵직한 다리 느낌이 온다.
이제 시작인데 아~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내 몹시 힘들었다.
고생했다고 용담이 첫 인사를 한다.
배낭에서 이제 카메를 꺼내 나도 인사를 건낸다.
시살등에서 통도사 금수암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다.
이곳은 가파른 데다 길은 돌 길이요, 돌 들은 낙엽에 수북이 쌓여 걸을 때 울퉁불퉁 가늠이 안되니 걷기가 아주 불편한 곳이다.
예전에 오르며 가고 싶지 않던 길이었는데 불행히도 이번엔 거꾸로 내려간다.
하여튼 내려오는 중에 발바닥 아파오고 무릎도 아파오고 발이 묵직하니 아주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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