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설] 불멸의 박정희 | |
그는 청렴결백한 멸사봉공의 화신이었단다. 설사 독재를 했다 한들, 그것은 조국과 민족을 위한 그의 충정 때문이었단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아직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했을 거란 추측까지 나온다. 이런 신화 덕분인지, 박정희는 여론조사에서도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인기가 제일이다.
그러나 독재는 미화될 수 없다. 국가원수모독죄 따위의 가소로운 죄목을 들먹이며 그는 긴급조치권을 발동했다. 야당과 언론뿐만 아니라, 학생과 민주시민이 그의 공포정치에 시달렸다. 1979년 가을, 심복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지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박정희는 자신의 영구집권 체제를 강화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우국충정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의 독재정치는 역사상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전두환 군부독재의 등장과 5·18 민주항쟁의 피어린 역사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박정희 덕분에 이만큼 잘살게 되었다는 주장은 실로 한심하다. 그는 수출만능을 부르짖으며 재벌을 키웠다. 거기서 한국 사회의 허다한 고질병이 싹텄다. 산업시설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지역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재벌의 전횡과 극심한 대외무역의존도로 인해 남의 눈치만 살피게 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이토록 기승을 부리고, 농촌공동체가 해체되고, 환경오염이 도를 넘게 된 것도 그 단초는 그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 있다. 그는 돈을 몰랐다고 우겨대는 이도 있지만, 거짓말이다. 그의 아들딸들은 수백억대 유산을 물려받았지 않나. 방송사에, 대학교, 장학재단에다 무슨 재단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재물이었다. 그 일부는 신군부가 침탈했다지만, 남은 재산을 차지하려고 독재자의 유족들은 갖은 추태 다 보였다. 허구로 가득 찬 박정희 신화, 모두의 불행이다. 민주주의의 파괴자, 지역갈등과 양극화의 주범, 환경문제의 원인제공자 박정희. 오늘도 그 뼈다귀를 어루만지며 야심을 키우는 늑대들이 어슬렁거린다. 불멸의 박정희 신화는 망자에게도 수치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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