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퍼옴
오로지 오세훈 시장을 위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안이 엊그제 확정됐다.
서명 단계부터 온갖 탈·불법과 변칙이 동원되더니, 심의 과정과 결정된 내용까지 탈법과 꼼수투성이다.
한 정치인의 정치적 욕망이 지방행정과 주민자치를 얼마나 왜곡하고 위협할 수 있는지 웅변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제출된 서명부는 청구자와 한통속인 서울시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확인한 것만 해도 37.2%가 가짜였다. 사망자, 이민자는 물론 무상급식 운동가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쯤 되면 전수조사가 마땅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서명부 서식마저 규정을 어겼다. 주민투표법과 관련 조례는 불법 대리서명을 억제하고, 진위 여부 검증이 용이하도록 동별 서명부를 만들고 한 장에 여러 명의 서명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제출된 서명부는 그저 한 장에 한 사람 서명만 기재돼 있는 낱종이 묶음이었다.
대리서명을 받기 쉽고, 검증이 어렵도록 이렇게 받은 셈이다.
선관위나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놓고도 횡설수설한다.
주민투표 문안도 꼼수투성이다.
주민투표는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게 원칙이다.
선택적 주민투표는 주관하는 쪽의 의도가 관철돼 공정성을 잃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선택적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고 하나, 당시 문안은 사실상 광역자치도 시행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에 주민투표를 통해 확인할 내용은 당연히 서울시교육청의 보편적 무상급식 방침에 대한 찬반이다.
오 시장은 선별적 무상급식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문안은 단계적 혹은 전면적 무상급식 여부를 묻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단계적이라는 점에선 교육청이나 오 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문안을 왜곡한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초·중·고생 급식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당연히 교육청 소관이지 서울시가 아니다.
시와 관련된 것은 교육청이 요청한 695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것인지 여부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시민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은 예산 지원 여부뿐이다.
출발부터 억지였던 셈이다.
이런 불법·변칙 투표에 182억원의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오 시장의 정치적 도박이 가증스럽다.
그런 정치놀음에 농락당하는 시민들은 착잡하다.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기대하지만, 그에 앞서 시민들이 짓밟힌 자존심 회복에 나서야 하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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