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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경향신문 - 헬렌켈러 위인전에 어린시절 밖에 없는 이유.

코코와채송 2011. 6. 28. 21:41

[어제의 오늘]1880년 헬렌 켈러 출생

최명애 기자 glaukus@kyunghyang.com

 

ㆍ못 보고 못 듣는 장애 이겨낸 빛의 천사

1880년 6월27일 미국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가 태어났다.

헬렌 켈러가 날 때부터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 것은 아니다.

생후 19개월에 뇌척수막염을 앓은 그는 후유증으로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었다.

1887년 평생의 벗이자 스승이 될 앤 설리번이 헬렌 켈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야만인’에 가까운 일곱살 소녀였다.

옷은 흙투성이였고, 닥치는 대로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었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댈 뿐이었다.

앤 설리번 역시 의지가지없는 스무살의 아가씨였다.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의 부모는 그가 어릴 적 세상을 떴다.

고아가 된 그는 고생 끝에 퍼킨스 맹인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첫 직장으로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가 된다.

설리번 역시 수차례 결막염을 앓아 시력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설리번은 한 달간의 몸싸움 끝에 헬렌 켈러에게 처음으로 ‘물(Water)’이라는 단어를 가르치는 데 성공한다.

물펌프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물’이란 사실을 깨닫는 마법 같은 순간 이후 두 사람의 인생은 크게 바뀐다.

 

헬렌 켈러는 퍼킨스 맹인학교를 거쳐 뉴욕 래드클리프 칼리지에서 대학 교육을 받는다.

맹인이자 청각장애인학사 학위를 받기는 처음이었다.

‘불운을 겪고 있는 아름다운 천재 소녀’에 미국은 열광했다.

설리번은 강의실마다 헬렌 켈러를 따라다니며 그의 손바닥에 강의 내용을 적어줘 대학 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했다.

헬렌 켈러가 대학 재학 중이던 1903년 펴낸 자서전 <내가 살아온 이야기>에는 두 사람이 겪은 역경과 우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헬렌 켈러를 다룬 위인전과 드라마는 대부분 여기서 끝난다.

그가 인생의 나머지 60여년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헬렌 켈러는 미국 사회당 당원이었고, 세계산업노동자연맹(IWW)의 적극적 활동가였다.

그는 1920~30년대에 4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했다. 주된 강연 주제는 장애인의 현실, 여성 인권, 전쟁 반대, 노동자의 각성 등이었다.

헬렌 켈러는 ‘나는 왜 사회주의자가 되었는가’라는 글에서 장애 문제의 원인으로 “고용주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만들어진 잘못된 노동 조건”을 들었다.

헬렌 켈러의 일생은 <기적의 일꾼(The Miracle Worker)>을 비롯해 수차례 영화, 텔레비전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중문화는 사회주의자 헬렌 켈러의 인생을 스크린에 옮기고 싶어하지 않았다.

영화와 드라마는 ‘기적의 소녀’에서 끝난다.

그는 196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앤 설리번의 남편 존 메이시, 찰리 채플린, 마크 트웨인 등 사회주의자이거나 사회주의 성향을 지닌 이들과 가깝게 지냈다.

헬렌 켈러(왼쪽)·앤 설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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