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산과 바다로

2024년. 강아지와 나들이_3월, 코코는 별이 되어 떠났다.

코코와채송 2024. 3. 2. 11:32

2024년 3월 1일 (금, 맑음) 삼일절
낮 온도 4도로 춥다.
 
만 13년 6개월, 남은 코코마저 긴 삶을 마무리하고 오늘 내 곁을 떠났다.
지난 2년 심장약을 먹고 있었다.
 
오전 9시 반에 뒷산에서 쉬를 하고 어제 응가를 안 해서 응가를 했고 와서 밥을 잘 먹었다.
한 시간 후인 10시 반에 볼일 보러 나가니 거실에 있던 코코는 큰방에 놔두고 라디오를 틀어놓고 나가는데 슬슬 걸어 나오려 하더라. 
그래서 거실에 담요 위에 다시 놔두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담요에서 벗어나려 살짝 움직이려 하더라.
똥 누고 쉬했고 밥 먹었고 새삼 왜?
오후 6시에 집에 들어오니 코코가 안 보인다.
화장실 문을 여니 똥을 쌌고 쓰러져 있었다.
병원으로 달려갔다. 발을 살짝 움직이더라. 결국 병원에 도착하니까 심정지로 죽었다 한다.
 
화장실 문을 비집고 들어갔다가 나온다는 것이 
조금 열려있으니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코코가 출구를 찾는다는 것이 문을 닫는 형국이 돼버렸다.
그러니 나오려고 헤집고 다녔더라. 비누통, 대야, 변기 청소 솔이 어지럽게 늘려있더라.
사방이 꽉 막혀 아무리 찾아도 찾아지나? 
잉잉거리며 나오려 사방을 헤매며 내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점점 식어갔을 거야.
꽉막힌 차가운 바닥에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추위와 흥분으로 쇼크를 받았으리라.

일하고 12시간 만에 오게 되면 오줌 누려 건넌방에도 문을 비집고 들어갔었는데
못 나오고 그 방에 물건 위에 앉아있었던 적이 두세 번  되는데 화장실 생각을 전혀 못했다.
화장실은 차갑고 습기에 냄새로 금방 알아차려 그런지 안 들어갔었다.
이번에는 건넌방 문을 닫고 나갔다.
그래서 두리번 헤매다가 욕실로 들어갔는 지도 모르겠다.
 

안고서 하염없이 술 마신다.
 
 

언제나 그렇듯 옆에 재우며 같이 잔다.
 
 
 
 
 
 
 
 
 
 
 
2024년 3월 2일 (토, 맑음) 
 
오후에 뒷산에 채송이 곁에 묻었다.
과음에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가눌 수가 없다. 
대중탕에도 힘겹게 갔다 와서 괴로움을 잊으려 뒤척이며 하염없이 잔다.
다음 날 깨보니 16시간이나 흘렀네.
 
 
 
 
 
 
 
 
코코야
일이 힘들거나 마음이 힘들때면 순간 코코가 떠오른데이.
내가 코코자테 의지를 하고 있었나 봐.
아레도 수요일 일하는데 무척 보고싶었다.

코코야 
채송이가 오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채송이 만나서 옛날처럼 둘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고 있으면 참 좋겠다.
훗날 우리들 다시 만나서 잠시라도 헤어지지 말고 영원히 같이 살자.
우리 코코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다.
 
 
 
 
 
 
 
 
 
 
 
 
 
2024년 3월 4일 (월, 오전 맑음, 오후 흐림) 
 
오후에 국화 한 송이 사서 갔다.

 
 
 
 
 
 
 
 
코코 어린 시절부터 쭉 모아봤다.
 

 
 
 

 

 

 

 

 

 

 

 

 

 

 

 

 

 

 

 

 

2024년 3월 9일 (토, 맑음) 

 

어제 마트에 술 사러 들렀는데 

어느덧 강아지 코너에서 간식을 쳐다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코코가 나이 들며 이빨이 안 좋아지면서 오리목뼈를 주지 않았다.

예전에 직접 만들어 날개뼈와 함께 주야장천 먹였었다.

그러면서 점차 이빨이 부담될까 봐 장작 패듯이 길게 중간으로 반으로 잘라 주기 시작했고

이빨이 망가진 이후로 먹이질 않았다.


어제도 과음에 오늘 낮에 힘겹게 일어났다.
오후에 오리목뼈 한 봉지 챙겨 코코 무덤에 들렀다가 늘 함께 산책하던 범어사길로 쭉 돌았다.
국화가 5일째인데도 하나도 시들지 않았더라.

 

 

 

 

 

 

 

 

 

 

 

 

 

 

 

 

 

 

2024년 3월 10일 (일, 맑음) 

낮 온도 10도

꽃샘추위가 살짝 풀렸고 참 맑다.

 

어제 오후에 한 바퀴 돌았어도 전날 과음으로 몸이 계속 녹초였다.
꽃샘추위인 데다 집은 늘 외출로 해놓고 살지만 어제는 이상하게 아주 추웠다. 
초저녁에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따뜻한 자리에 누웠다. 폰 보며 뒤척이다 잠이 들고
오늘 일어나니 딱 정오다. 
또 16시간이나 흘렀군.

금정산으로 오르다가 순간 내 몸은 갑오봉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고 있었다.

오르막에 혼자 오르는데도 코코 안고 오르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다.

코코는 누구보다 자연을 좋아했고 걷기를 좋아했고 등산을 좋아했고 상쾌한 바람을 좋아했고 

나는 사랑하는 우리 코코를 안고..

그러니 두 손으로 안고 올라도 오늘 빈 손처럼 같았으리라.

 

옆에 코코가 떡하니 앉아 있는 것이 눈에 아른거린다.

 

 

 

 

 

 

 

 

 

 

 

 

 

 

 

 

 

 

2024년 3월 14일 (목, 맑음)

낮 온도 11도

 

코코 너가 떠난 후 5일간 식음전폐했었다.

그리고 강도가 약해졌지만 계속되었단다.
지난주 목요일 6일째 날은 정신을 조금 챙겨야겠다 해서 집에서 인터넷으로 구직 등록을 했었다.
봄이 되어 그런지 일자리가 갑자기 4군데나 쏟아져서 많이 어지러웠는데 한 곳으로 정리되었단다.

 

채송이는 떠나면서 금연 선물을 주었고

코코는 일을 찾아주고 떠났네.

난 너희들을 위해서 한 것이 없는데..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 데 있어야 할 코코가 없다.
너무 보고 싶어 계속 목이 멘다. 
코코야 너무 보고 싶다. 엉~엉~

코코야 오늘 새벽 꿈에 채송이랑 거닐었단다.
참 생생했다.

채송이와 거닐다가 안았고 열심히 나에게 뽀뽀를 하더라.
그리곤 희미한데 이런데도 내가 왜 묻으려 했을까? 묻었는데 곧바로 나왔나 하며 혼자서 생각을 하다가 깼는지..

 

 

 

 

 

 

 

 

 

 

 

 

 

2024년 3월 17일 (일, 맑음) 집 - 범어사 - 북문 - 동문 - 부산대

낮 온도 17도

더울 것 같았는데 아스라 따뜻하지도 않을 정도다.

 

지금 한참 코코 안고 가고 있을 텐데..
멍하니 한 바퀴 돌고 있다.

코코야
그만큼 했으면 됐다고
이제 그만 돌봐도 된다고
일을 찾아주고 그렇게 떠났나?

 

 

 

 

 

 

 

 

 

 

 

 

 

 

 

 

2024년 3월 18일 (월, 맑음) 집

꽃샘 추위

 

코코는 쉬 하려면 언제나 밖으로 나가야 하잖아. 아주 참잖아.
일 마치면 버스 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조금이라도 마음으로 뛰어갔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졌고 오늘 퇴근하며 집 앞에서 한 잔 먹었다.
뛰어가야 하는데 뛰어가야 하는데..

술 한잔 한잔에 목이 매이고.

지난번에 미용하고 바로 응급실 갔잖아. 
그래서 미용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집에 이발기로 직접 해보니까 발바닥 말고는 끼워서 하니까 털이 안 깎이더라. 
그래서 가위로 덤성덤성 이곳저곳 잘랐었다.

이별하는 날 안고서 머리카락을 내려 눈을 가렸는데 이빨이 살짝 드러난 사진도 있었네
그 자리에 앉아 이렇게 코코 안고 오늘도 술 한 잔 한다.

 

 

 

 

 

 

 

 

 

 

 

 

 

 

 

 

 

2024년 3월 19일 (화, 흐림) 집

꽃샘 추위

 

집에 들어오니까 코코가 안 보인다.
너무 적막하고 공허하다.
아른 거리고 목이 매이고 눈물이 흐른다.
엉엉 소리 내어 울어버렸다.

집에서 살짝 안을 때는 애기처럼 안는다.

안을 때는 내 가슴에 붙여 내 가슴 오른쪽으로 머리, 왼쪽은 꼬리가 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오른손으로 엉덩이 받히고

엉덩이 받힌 오른손을 왼쪽으로 약간 밀면

코코 목은 내 왼쪽 어깨에 삐딱하게 걸치게 되고 나는 코코 목에 가까이 붙인다.
그러고선 한결같이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코코 함 안아보자 (꼬리를 흔든다.)

(안고서) 아이고 좋아, 아이고 좋아

우리 코코 사랑해, 아이고 좋아, 아이고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