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일 (일, 희미한 태양) 금정산_갑오봉
낮 온도 30도.
장마인 듯 아닌 듯 비가 계속 내렸고 계곡물도 많고 습도에 몹시 덥다. 집에서도 점심 먹는데도 땀이 나네.
혼자 나서려는데 배낭이나 옷 냄새가 포착되었다.
같이 나서야 한다며 언제나 묵묵하던 녀석이 낑낑 소리 내며 우왕좌왕 또 난리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게 쉬하러 나가는데도 이상하게 공휴일만큼은 꼭 안단 말이야.
흥분해서 우왕좌왕, 이거 어디 연구 소재거리가 안 되나?
심장이 많이 심해졌다. 약도 많아졌고 무엇보다 걷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후딱 돌고 내려와서 데리고 산책하려 했는데 결국 5시간 동안 안고 갔다 왔다.
더위에 혼자서 오르기도 만만찮은데 가파른데다 아주 안고 다닌다.
함께 하면 언제나 좋지. 집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아른거릴 테고 내가 싫으니까.
예전 생각이 난다. 채송이는 가벼워서 한 손에 딱 안겼고 코코는 체력이 좋아 늘 올라가 버리고 없었고.
우리들은 이 세상 산으로 들로 못 가는 곳이 없었지.
코코야 사랑해.
2023년 9월 9일 (토, 맑음) 창기_백운산길
오늘 별이 된 채송이 생일이네.
오랜만에 백운산길 갔다.
코코가 총 한 300m 걸었나 모르겠다.
집에서 배낭만 꺼내도 가고 싶어서 들떠서 우왕좌왕.
도착하고서 한 수십 걸음 걷더니 멈춘다. 숨이 차나 보다.
도착하고서 내려주면 언제나 내빼고 사라지고 없어서 채송이 안고 뒤에 달려갔었는데.
2023년 9월 16일 (토, 비, 흐림) 집 둘레 한 바퀴
2023년 9월 26일 (화, 가랑비) 집
날씨는 흐리고 가랑비가 간간이 내리며 오후 내내 어둡다.
나무 의사, 지정된 대학에 가서 수강이 완료되어야 응시 시험 자격이 된다는 것을 어제 비로소 알았다. 그러니 아직 자격이 되지 않은데도 병리학 한참 메모한다. 소주 낮술 처마셔가며.
옆에는 코코, 우리는 하루 종일 같이 있다.
코코는 볼 수가 없고 귀도 멀어 움직일 수 없다. 계속 엎드려 있다가 지금 오후 5시쯤이다. 옆으로 누워 숨을 힘겹게 쉰다. 1분에 60번 되겠더라.
강아지는 한밤중에 가장 편안하게 잘 때 1분에 최대 30번을 넘기면 안 되는 것을 알고는 있다.
지금도 가장 편안할 시점일 텐데 보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심장이 벌컥벌컥 한다.
우리 코코 올해는 넘길 수 있을까?
내년 한 해 더 산다면 욕심일까?
슬쩍 눈물이 나오네.
2023년 9월 29일 (금, 맑음) 추석
오늘은 추석이다.
어매는 근처 동생집에서 있으며 하루 더 자기로 했고 내일 고향으로 내가 데려갈 예정이다.
나는 동생집에서 어매하고 있어도 되겠지만 차례 지내고 돌아와서 집에서 낮술 처마시며 코코와 함께 있다.
코코가 한 일이 주 만에 부쩍 쇠퇴해가고 있는 것 같다.
원래 말이 없지만 더 말이 없어진 것 같고 무엇보다 낮이고 밤이고 심장이 1분에 50~60번씩 늘 뛰고 있다.
이별이 가까워오고 있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온다.
한 달 전에 가끔씩 호흡이 가팔라 2차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었다.
폐수종 바로 직전 수치가 나왔었고 새로운 약을 처방받았고 한 6개월이나 이후에 오라 하더라.
그렇다면 살짝 조심만 하면 그나마 괜찮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잘 밤에는 자주 심장이 더 뛰어 늘 긴장하여 왔었다.
올해 추석은 유난히 길다. 장장 6일이다.
9월 1일부터 공식 백수였다. 코코와 한 달 늘 함께 하였고 추석 지나서 곧바로 6시 50분에 일어나 몇 달 출근하게 되어있다.
아직 밥은 잘 먹고 있고 밖에 데리고 나가야만 응가와 쉬를 하니 잘하고 있긴 하다.
한 달 만에 다시 진찰받으러 가고 싶은데 추석 지나고 첫 출근인데 우째야 하노.
4일 남은 연휴 코코와 더 보내라는 뜻일까? 함께 하라고 한 달 백수 되도록 한 당수할배 뜻일까?
가쁜 숨 몰아쉬며 하루하루 쇠퇴해 가는 느낌이 확연히 표시가 나고 있다.
깡충깡충 때부터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이별이 자꾸 다가오는 것 같아 계속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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