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12월 28일 (일) 마지막 날 하노이 시내 방황
어제 밤기차를 9시간 타고 와서 하노이 역에 도착하니 새벽 4시 20분이다.
내내 타고 오면서 기차에 에어컨이 또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우리나라 같으면 히타든 에어컨이든 적당히 봐 가며 켰다 껐다 하지 않나?
역무원 데리고 와서 껄 수 있냐고 했더니 중앙시스템이라 개별적으로 안 된다고 한다.
12~15도에서 에어컨을 돌려도 되나? 미친 넘들
난 겨울 바지에 겨울 등산 티를 입고 자는데도 에어컨이란 단어가 맞나?
이제 하노이 여행자 거리로 갈 텐데 7시쯤 되어야 했다. 대합실에서 이래저래 개긴다.
아, 씨발 국내 최고가였던 90만 원짜리 LG-G3폰이 사라졌다.
잠시 담배 피우러 나간다고 일어서면서 주머니에서 떨어졌는지 아니면 호주머니가 작아 폰이 삐져나와 있어 대합실에 앉아있는 동안 뒤에서 살짝 빼갔는지도 모르고 다급히 좌석으로 달려가 봤자지.
지난 여름 호찌민에서는 폰 잃고서도 또 지럴이다. 띨띨한 내가 너무 싫다.
역 옆에 폴리스라고 있더라. 당장 내 번호로 전화 한 통화해달라고 했지만 이건 뭐 대화도 안될뿐더러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더라.
뒤에 알았지만 폰 하나 건져도 대박이겠더라.
공장 여성 근로자들 우리 돈 10~15만 원에다 수많은 길거리에 오토바이로 먹고사는 이들은 거의 1년 치 수익쯤 되겠군.
60년대 우리나라 인간들 미제국주의에 부름 받고 베트남에 가서 얼마나 살육하며 잔인한 짓을 했나?
지난여름 남부 호찌민에서 이번엔 북부 하노이에서 두 번 다 폰 잃어버린 것은 후손인 나에게나마 그것으로 속죄하란 뜻으로 마음 달랜다.
어쨌든 폰 잃고 나니 내내 가슴이 벌럭 벌럭거린다.
뭐랄까 꽉 막혀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이다. 먼 이역 땅에서.
남들처럼 뭐 똑똑한 넘도 못되고 맹한 데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완죤히 멘붕 될 수밖에.
꼭 가려한 오늘 일정인 하롱베이나 땀꼭인데 갈 기분도 아니고 취소해 버렸다.
새벽 4시 20분에 사건이 터졌고 오늘 밤 12시 반 비행기다.
추위에 시달린 찜찜한 컨디션과 망친 기분에다 뭔 뾰족한 생각도 안 나고 거의 20시간을 시내나 돌아댕기며 개긴다.
베트남의 정신적 지주 호치민 묘소다.
넓고 장엄하다. 여행자 거리에서 걸어서 30 ~ 40분이더라.
여행자 거리로 다시 왔다.
밖에서 숯불에 고기를 굽는 것이 보인다.
내 맘이 편하나? 밥 대신 안주 삼아 캔맥주나 마시려고 들어갔다.
어라 밑에 사진처럼 쌀국수와 채소와 함께 저렇게 나온다. 밥 먹으러 들어온 것이 아닌데 들어본 적이 있는 이게 분짜란다.
분짜라는 것을 오늘 처음 맛본다.
맨날 죽어나 사나 쌀국수만 먹어재꼈는데 와~ 맛있네.
국물 소스가 새콤달콤하고 안에 들어있는 숯불고기가 또 맛있고 어쨌든 뿅 간다.
김치 이런 것도 필요가 없네.
이럴 줄 알았으면 분짜를 즐겨 먹었을 텐데...
호안끼엠 호수다.
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내 위치가 호수 보도블록에 있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것이 하노이 여행자 거리인 '항백'이다.
지도에서 보니 쪼매 떨어진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니고 그냥 그곳이다.
이제부터 호안끼엠 호수다.
뭐 특별한 것은 없고 우리네 유원지네.
한 바퀴 휙 돌면 30분 ~ 1시간 정도 될 것 같고
이곳은 신혼부부들 촬영 장소인가 보다.
가다 보면 있고 쪼매 가다 보면 또 있고
렌즈가 문제인지 초점이 맞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네. 이번 여행 내내 사진이 선명한 느낌이 없긴 하다.
의뢰인이 스마트폰으로 내내 보여주고 이 어르신은 그리고 있더라.
아마 사랑 고백이나 선물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몰라.
그림도 멋지고 얼굴도 정말 예쁘던데 옆으로 비스듬히 찍어 위치 때문인지 영 다르다.
다시 여행자 거리 속으로 돌아왔다.
여기 제대로 못 담았다. 그렇다고 찍기도 그렇고
사진에 보이진 않지만 각 사람들 무릎 앞에 차나 물그릇 올려놓은 쪼맨한 탁자들이 있더라.
사진처럼 도로쪽으로 보며 앉아서 옹기종기 모여 마시며 얘기하며 노상 커피숍이네.
왜냐하면 음식점이나 가게만 보았지 따로 노닥거릴 우리네 커피숍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여행자 거리에서 택시로 30분 달렸다.
여긴 일급 호텔들이 즐비한 동네다. 주로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란다.
그러니 한국인 전용 마트도 있고 한국인을 위한 과자, 맥주, 라면, 소주 등 다 있더군.
길거리 리어카에서 고기를 칼로 쭉쭉 빗길래 얼씨구나 소주 아니 맥주 안주나 해야겠다 싶어 길거리에 앉았다.
그런데 빵을 구워 이렇게 준다.
새콤달콤한 것이 무척 맛있네. 샌드위치나 햄버거의 뭐 중간맛?
비행기는 자정이고 근처이고 폰은 잃어버려 없고 시간은 남았고 저기 의자 위에 앉아 맥주 계속 마신다. 저녁 7시쯤 되었고 한 2시간 앉아 개겼다.
쓰레기 청소부다.
둘이서 미는데 보도블록 깨진 곳에 움직이질 않으니 내가 또 가만있을 수 있나?
먹던 것 놔두고 함께 밀어준다. 무게 장난이 아니더만, 최소 100에서 한 150kg은 되겠더라.
저기 저 사람 둘을 싣는다면 120kg 밖에 더 되나?
달리는 사람들 찍었더니 좌측에 하필이면 LG 푯말이 보이네.
엘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것인데...
우씨 지난여름 호찌민때 LG폰 잃어버렸지, 그리고 오늘 새벽에 LG-G3 잃어버렸지
아~ 또 속상해온다.
이런 사람들처럼 아까 벌건 대낮에 호안끼엠 호수에서 바로 내 옆에서 어떤 청년이 하는 걸 보긴 하였다.
여기서 계속 죽치고 앉아 술만 마시고 있는 중인데 바로 옆에서 이 사람 저 사람 하길래 따라 해보고 싶다 했더니 친절하게 밑에 재료 넣고 불 피워 준다.
연기 훅 들이키니 순간 뿅 간다. 와~
어지럽고 기침 나오고 아니 너무 강렬하다. 한번 기억인데 그 맛이 잊혀지질 않는다.
마약인가? 두세 번이라도 한다면..
다음에 갈 일 있으면 꼭 다시 해봐야겠다. 뭐지. 정말 뿅가던데.
이제 서서히 노바이 국제 공항으로
굿바이 베트남
'나는 산과 바다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 북부_사파 트레킹_02. 라오짜이 ~ 따반 (0) | 2015.01.03 |
---|---|
베트남 북부_사파 트레킹_03. 깟깟 마을과 신짜이 마을 (0) | 2015.01.03 |
[사진] 2014년 등산 (12월) (0) | 2014.12.08 |
[사진] 2014년 등산 (11월) (0) | 2014.11.04 |
[사진] 2014년 등산 (10월) (0) | 2014.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