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리더 오바마에 비교되는 초라한 명박

코코와채송 2010. 3. 25. 00:59

 

한·미 대통령 설득 리더십 ‘극과 극’
오바마, 여야 모두에 ‘의보개혁’ 설파
이명박, 여당과도 ‘세종시 대화’ 막혀
한겨레 황준범 기자기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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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개혁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킨 미국의 ‘오바마 드라마’는 23일 청와대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기한 세종시 수정이 별다른 진전을 못 보고 있는 터라, 청와대 사람들 사이에서는 “부럽다”는 말이 나왔다. 미국과 다른 한국의 정치 풍토를 고려하더라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보 개혁과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이나 4대강 사업 등은 그 시작과 진행 과정에서 대비되는 점이 많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전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보를 개혁하겠다고 공약하고, 취임 직후부터 의보 개혁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지난해 이를 뒤집고 수정에 나섰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국민과의 약속과 정부 신뢰를 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작이 이렇다 보니 추진 과정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는 가만히 있다가 2년차인 지난해 하반기 전격적으로 세종시 수정에 나섰다. 그나마 9월 이 대통령이 아닌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가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돌발적으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 대통령은 침묵을 이어가다가 11월에야 텔레비전에 출연해 세종시 수정 방침을 직접 설명했고, 올해 들어서는 정 총리와 한나라당에 맡겼다. 그 뒤 지난달 말에는 청와대에서 세종시 국민투표 부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국민 혼란을 증폭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넉 달 만인 지난해 5월 의보 개혁안을 발의(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의원)하면서 1년 가까이 끊임없이 논쟁을 이끌어온 것과 대비된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역시 ‘설득의 리더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보 개혁과 관련해 100여 차례 텔레비전·라디오 연설과 토론회에 참석했다. 특히 민주당의 반대 의원들을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시켜 설득하고, 야당인 공화당 의원의 토론회에도 참석해 의보 개혁안을 설득했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는커녕 박근혜 전 대표와 세종시 갈등의 골을 전혀 좁히지 못한 채 당내 장벽에 막힌 상태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세종시 수정을 지난해 초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반대파를 설득하는 노력은 소홀했다. 치밀한 전략과 설득 노력보다, 이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만 앞세워 밀어붙인 셈이다.

청와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설득의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불도저 리더십’으로 비교되지 않을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의회에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다수결 절차와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특정 정파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우리나라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만나서 설득했다면 당장 ‘정치공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야당에서 반발하지 않겠느냐”며 “미국과 한국의 구조적인 차이도 함께 봐달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