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펌글.
이쯤 되면 명진 스님의 폭로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해 11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의 회동 배석자가 폭로를 뒷받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배석했던 김영국 거사는 어제 한 불교 언론과의 통화에서 “명진 스님의 이야기는 100%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안 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이 뭉개면서 버틸 수 있는 단계를 넘어버렸다.
김 거사는 고흥길 의원의 보좌관과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낸 사람으로, 총무원과 정치권을 연결하는 가교 구실을 해왔다고 한다. 특히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명진 스님이 발언에 앞서 나와 상의하거나 귀띔하지 않았으며, 소식을 듣고 당혹스러웠다”는 심정도 밝혔다. 여러모로 명진 스님보다는 한나라당이나 현 총무원과 가까워 보이는 그가 분명한 어조로 밝혔으니 폭로의 신빙성은 더욱 높아졌다.
따라서 사건의 성격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집권당 원내대표와 종교계를 소관으로 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조계종 예산 지원을 거론하며 정권에 비판적인 유력한 사찰 주지의 교체를 언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종교계까지 멋대로 주무르려 하는 권력의 오만방자함과, 그러한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불교계 일각의 그릇된 행태가 참으로 실망스럽다. 어두운 거래의 인상도 풍긴다.
안 대표의 거짓말과 툭하면 말을 바꾸는 행태도 문제다. 안 대표는 그제 문제의 회동에 자신과 고 위원장, 자승 스님 세 사람만이 마주앉은 듯이 말했으며, 명진 스님은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 대목도 김 거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안 대표는 얼마 전 성폭력 범죄가 “좌파 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가 비판이 빗발치자 언론의 왜곡보도 탓으로 돌렸다. 그는 이미 정치지도자로서의 신뢰를 상실했다. 그런 그가 하반기 국회의장을 기대한다고 하니, 하늘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궁금하다.
한나라당은 대응을 피하면서 파문이 잦아들길 기대하는 듯하다. 그럴 일이 아니다. 사태의 전말을 밝히고 관련자한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계종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처에 나서야 한다. 당시 안 대표 일행과 자승 원장이 나눈 이야기, 요구한 예산 지원의 내용,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추진의 모든 과정을 낱낱이 조사해 밝혀야 한다.
'통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더 오바마에 비교되는 초라한 명박 (0) | 2010.03.25 |
---|---|
명진 스님, 안상수에 한판 승. 증거 사진. (0) | 2010.03.24 |
4대강 찬동 명단, 오욕의 역적 될 40인. (0) | 2009.12.02 |
언소주, 공갈협박죄. 조중동 감싸는 검새 (0) | 2009.07.30 |
방송법, 명박집단과 한나라당의 병적인 집착. (0) | 2009.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