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내 일기] 난 분갈이, 난석(난 돌멩이) 교체를 처음으로 해 보았다.

코코와채송 2017. 9. 1. 02:32

16년 동안 꿋꿋하게 살아와줘서 고마워.

너에게 신경을 그렇게 써 본 적이 없어 그 긴 세월 미안했다. 

그렇지만 시들지는 않을까 하며 걱정되는 마음은 늘 갖고는 있었단다.

잊을만하면 물이나 한 번씩 주고 거실은 남향이 아니니 계속 두기도 그렇고 주야장천 햇빛 있는 베란다에 놔두었다.

실내보다 빛이 언제나 좋지 않나? 그런 이유였었다.

그러다 보니 일 년 동안 너를 몇 번이나 쳐다보았을까?

한 달에 한두 번씩 물 줄 때도 죽지 않도록만 내버려 두고선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구나.

정말 미안하다. 

슬며시 내게 다가와 오늘까지 있어준 것만으로도 참 고맙다.

 

며칠 전에 지식인에 밑에 있는 너 사진을 올렸다.

이제라도 듬성듬성한 저 탈모 현상을 잘 가꾸면 새로 나는지 물었는데

머리카락처럼 난다 안 난다는 답변이 없고 분갈이 등 우회적으로 있을 뿐 질문에 답은 아니더라.

걍 확 붓고 죽은 뿌리 부분은 떼내고 새 돌멩이를 사서 처음 심듯이 하라 했으면 쉽게 알아들었을 텐데.

 

 

 

 

 

문득 깨달았다.

컴퓨터에 이상 있으면 언제나 포맷 해오며 새로 시작하는데

난은 고귀하니 어렵니 마니 직간접적으로 많이 들어와서 처음처럼 확 다시 심는 그런 발상이 떠오를 수 있겠나?

난 돌멩이를 파는지도 안 파는지도 몰랐고 난석이란 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저렇게 탈모되었는데 회복이 되는지 안 되는 지도 전혀 모를 수밖에.

새 돌멩이만 간다고 될까? 보기 싫은 탈모 부분은 어떻게 처리가 될까? 등등

 

평생 해본 적도 생각한 적도 없던 발상

확 쏟아붓고 다시 채워 넣으며 처음처럼 시작한다.

난 뿌리는 처음 보았고 뿌리는 엉켜있고 대충 다듬어니 탈모된 뿌리 부분은 쉽게 떨어진다.

 

 

 

쏟아붓고 보니까

1. 뿌리가 너덜너덜 아주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고

살짝 뿌리가 끊어질듯한 것도 있고 튼튼한 것도 있고

2. 화분 맨 밑에 굵은 돌이 깔린 화분도 있고 안 깔린 화분도 있고

 

 

확 쏟아붓고 채우길 너다섯번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첫 번째 시도할 때는 왼손으로 잡아 화분 안쪽에 형태 잡아 들고서 오른손으로 한 주먹씩 그 돌멩이들을 채워 넣었다.

어라, 화분 밑으로 너무 내려갔다.

당겨 올리면 행여나 뿌리가 끊어질세라 확 붓고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두 번째는 처음 실패 거울삼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약간 위로되어서 꾹꾹 눌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걍 확 붓고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세 번째는 이제 쪼매 수위 조절을 감잡았는데 난초 배열이 마음에 안 든다.

잎이 바깥쪽으로 휘는 듯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안쪽으로 해버렸다. 또 확 붓고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오매 재미붙었다. 네 번째는 다른 난 화분 두개를 모아 한 화분에 옮겼다.

너무 촘촘하며 숨 막힌다. 또 확 붓고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 그래서 다섯 번째는 원래처럼 두 화분으로 하였다.

 

여섯 번째는 난석을 사 와서 또다시 확 붓고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넣었다 뺐다 반복하며 상처 입은 뿌리, 16년 녀석은 뿌리가 너무 길어 적당히 잘라버렸고

너무 길어 좁은 공간에 다 차지하면 좋을 리 없을 것 같아서였고 또 끊어질 듯한 뿌리는 싹둑 잘라내고

교체 요령 검색해 보려다 성가실 것 같아 재끼며 아무런 지식 없이 나름대로 상식 차원에서 다듬어 나갔다.

그리고 녹슨 잎은 가위로 잘라내고...

이 짓을 평생 막 처음으로 해 보았다.

 

 

 

 

 

 

 

오우 드뎌 완성되었다.

 

 

 

 

 

 

 

 

 

 

 

 

 

 

10년 된 녀석이다.

확 쏟아붓고서 죽은 뿌리 떼어내고 예전 듬성듬성했던 모습 비교 사진은 없다.

 

 

 

 

 

 

 

 

 

역시 10년 된 또 다른 녀석이다.

확 쏟아붓고 다시 한 모습

이 화분은 많이 곪아서 두 가닥이 살아있더라.

 

 

 

 

 

 

 

 

 

외곽 화훼단지까지 가긴 그렇고

직장 근처 이마트에도 난석을 안 팔고

근처 다이소에도 안 팔고

근처 꽃집에서도 안 팔고

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메가마트에 들렀는데 이것 팔더라.

아주 가는 것, 중간 크기, 큰 크기 3종류가 있더라.

아주 가는 것은 난 화분에 본 적이 없어 재끼고 중간 크기 4 봉지, 큰 돌멩이 한 봉지 샀다.

큰 돌멩이는 16년 난초 화분 밑에 깔려 있었고 다른 화분엔 없었는데 힌트 입어 약간 깔아보려 산 것이고,

 

16년 저 화분에 이 중간 크기가 딱 3봉지 들어가네.

이것 한 봉지 양은 식당에 밥 먹을 때 밥그릇 한 4~5그릇 정도 되지 싶다. 

가격은 1500원씩이고 양 손바닥 모아 가득 담는다면 한 3번 정도

 

 

 

 

 

 

 

 

 

 

 

 

............  주절주절  .........

제목을 써야 하는데 '분갈이'란 말은 많이 들어왔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결국 찾아보았다.

'분갈이'란 작은 식물이 커가니 다른 큰 곳으로 옮겨 심는 것을 뜻한다. 화분갈이였군.

그렇다면 같은 화분에 흙만 바꾸면 분갈이라 말할 수 있나?

생각건대 이미 화분갈이란 말보다 흙갈이라 해야 맞는 표현이겠지. 즉, 난석 갈이란 말이 어울리겠군.

 

16년 전에 학원을 열면서 각종 난이 쏟아져 들어왔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각종 음식점이나 가게 오픈하면 실내에서 잘 커는 행운목, 고무나무 등 엄청 큰 것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난 같은 것들이 잘 안 보이던데 시대 흐름이 바뀌었나?

당시는 소소하게 부담 없고 작은 난이 대세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내가 무관심해서 기억에 없기도 하지만 지금같이 큰 화분들이 쏟아지진 않았던 것 같다.

 

16년 지난 오늘 희미하게 기억을 해 보건데

난초에 난 자도 모르는 데다 당시 학원은 여느 학원처럼 베란다도 있는 것이 아니고 창문들은 선팅되어 빛도 안 들어오고

똑같이 물을 주기도 했을 테고 잊어버리고 똑같이 안 주기도 했을 테지.

내 손으로 직접 물을 준 적은 없이 실장이 있어 다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었고

이상한 것이 일년 만에 죽는 것도 있었고 시름시름 한 2~3년 만에 죽어가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선 한 녀석만 강인하게 버티고 있고 나머진 몽땅 사라져 갔다.

동시에 다 선물 받아 똑같이 적용했을 텐데 죽어가는 것은 어찌 다 다를까 하며 의아하게 생각하긴 했었다.

싼 종자와 비싼 종자가 따로 있나 생각 들었었다.

 

난은 맨 위의 저 주인공만 딱 남아서 살고 있었다.

이후 6년쯤 지나고 있었다.

어느 날 지인의 어느 곳에 들어온 축하난이 천지란다. 그리고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 몽땅 다 들고 가란다.

그렇다고 다 갖고 가기엔 그렇고, 한 8개~10개 정도 챙겨 왔지 싶고 그것을 학원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선 몇 년 후 학원 확장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학원에 두니 자꾸 죽어나가고 또 집에도 운치있게 몇 개 놔두고 싶기도 해서 이때 집으로 3개 갖고 왔었던 것이 이 녀석들인가 보다.

집이라고 뾰족한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햇빛 쬐일 수 있는 베란다라도 있고 집에도 몇 개 놔뒀으면 했다.

매월 세는 320만 원씩 나가는 데다 거꾸로 애들이 줄어가니 감당은 안 되고 일 년 반 만에 접고서 또 다른 근처로 이번엔 거꾸로 축소 이사를 하게 된다.

이래저래 다들 시름시름 시들어 갔겠지.

그러고 보니 그 많던 난 화분들은 다 어디로 갔을꼬?

 

메가마트 가서 난석을 더 사려고 들렀는데 담당 아줌씨가 있어 얘기하니

크기가 작은 것, 중간 것, 큰 것 다 사라고 하더라. 이번엔 작은 것을 위에 살짝 뿌리니 훨씬 더 예뻐 보이더라.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제 감이 잡히네.

꼭 그렇게 해야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맨 밑에는 굵은 것, 중간에 중간 것, 위에는 작은 것 얹으면 제일 좋겠고

(왜냐하면 바닥에 굵은 것을 깐 16년 저 녀석이 꿋꿋하게 살아있었고

주 흙은 중간 크기 것이 되겠고 작은 것은 위에 덮어 예쁘게 치장 역할이 아닌가 싶다.)

하긴 어떤 난 화분은 중간 크기 것만 가득 들어있기도 하더라.

 

16년과 10년 동안 돌멩이 한번 안 갈았다고 하니 담당아줌씨가 그러더라. 

어떻게 그렇게 살아있냐며, 그 난 들은 신이 보살펴 준 행운의 난 이란다.

 

지난 세월 집 베란다에서 꿋꿋하게 살아온 너희들 

앞으로는 거실에서 함께 늘 바라보며 예쁘게 살아가자.

 

 

 

 

 

 

 

 

 

 

 

 

 

 

 

 

 

 

 

 

 

 

 

 

............   2018년 1월 29일 (월) .............

분갈이한 지 넉 달째 지나고 있는 한참 한겨울이다.

 

집에 있는 큰 화분들 일부를 비롯하여 작은 화분들을 몽땅 욕실에 넣고서 하염없이 물을 준다.

사진 왼쪽에 보이지 않고 있는 큰 화분들은 물을 1시간이나 주는데도 그 안에 흙이 다 젖지 않더라. 와~

문제는 16년산 난 화분이 샤워기 호스에 걸려 넘어지니 딱 하고 깨진다.

화분 껍데기는 늘 두껍다고 생각해 왔는데 깨진 면을 보면 종이장처럼 아주 가늘어 놀랐다.

따라서 넘어지면 무조건 깨지겠네. 밑에 찍은 사진 보면 와~

다음 날 급히 낡은 화분에 옮겼는데 쏟아져 나온 난석은 절반도 안 들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