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퍼옴
교육과학기술부가 한편에선 역사교과서 왜곡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한편에선 초안 성격의 근현대사 자료를 만들어 1만여 초중고교에 뿌렸다고 한다. <기적의 역사>라는 제목의 영상물과 책자가 그것인데, 그 내용은 헌법이 수용한 역사적 판단조차 무시하는 등 거의 정치 선전물에 가깝다. 교육 당국이 이런 선전물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는 현실이 참담하다.
이 자료를 만들도록 요청한 건 건국60년 기념사업위원회다. 교과서 왜곡과 건국절 파동을 주도한 관변학자·어용언론·경제단체 등으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수구세력의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집권을 공고히할 이념적 기반을 생산하고 유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유치할 정도로 단세포적이다. 철저하게 수구세력이 승리한 역사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승만 시기만 보면, 해방공간의 혼란과 친일청산 실패, 남북분단과 6·25 비극, 발췌·사사오입 개헌과 이승만의 헌정질서 파괴, 정적 암살 등 공작정치와 3·15 부정선거, 그리고 4·19 혁명 등은 지워지고 없다. 박정희 시절 역시 군부 쿠데타와 6·3 사태, 3선개헌과 유신헌법, 공작정치와 인권유린, 노동자 농민의 희생과 불균형 성장 정책 등에 대한 조명이 없다. 당연히 부마항쟁·광주항쟁·6월항쟁 등 민주주의의 역사는 지워져 있다.
사실 한국 근현대사를 기적의 역사라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 분단과 6·25의 참극, 이승만 박정희의 유례없는 민주 헌정질서 파괴와 인권 탄압, 그리고 부정부패 속에서도 노동자·농민·지식인·학생은 경제발전을 일구고 민주주의를 성취했기 때문이다. 기적을 일군 주역은 바로 공장과 논밭, 그리고 거리에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린 바로 그들이었다. 그런데 이 정권은 주인공의 자리에 이승만 박정희는 물론 전두환 등을 앉힌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이 노리는 것은 자명하다. 독재세력과 그들에 빌붙어 영화를 누렸던 수구·냉전세력의 집권을 정당화하고 항구화하며,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도탄에 빠져드는 민생은 제쳐놓고, 권력 게임에 전념하는 그 집중력이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 정권에 대한 쿠데타도 좋다는 말인가.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역사를 왜곡하는 ‘정치 선동’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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