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2년. 강아지와 나들이_2월
2022년 2월 3일 (목, 맑음)
채송이가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다.
첫 사흘은 내가 죽어야 되나 싶었고
처음부터 한 열흘 맨날 술과 눈물로 눈이 퉁퉁 불어 터졌었고
이후도 슬픔에 늘 침울해서 지인들이 연락 와도 통화해 본 적도 없고 만나본 적도 없다.
한 달이 지났지만 목소리 크게 해 본 적도 없고 웃어본 적도 없고
흔적 흔적마다 아직도 울컥해 오고 그럴때마다 눈물이..
어린 시절부터 시간 흐름 따라 담아 보았다.
2022년 2월 5일 (토, 맑음) 마안산
코코 오빠야 하고 1년 반 만에 마안산에 추억을 찾으러 갔었다.
구석구석 다 돌아봤다.
코코 오빠야가 눈이 멀어도 여기를 알아챘는 지 아니면 못 알아봤는지 모르겠다.
동물적인 감각들이 있을진대 아마 알아 봤을거야.
너희들 태어나서 처음부터 대부분을 여기서 거닐며 뛰어다녔었다.
또 구석구석을 돌며 우리들은 언제나 여기 자연을 누볐고
예전 같으면 카메라 들고 다녔을 텐데 마음이 착찹 하니 아무 생각이.
2022년 2월 6일 (일, 맑음) 범어사로 한 바퀴
코코 오빠야 하고 범어사로 한 바퀴 돌았다.
더운 여름이면 채송이와 같이 돈 그대로 말이야.
계곡으로 들어가는 우리들의 비밀 문이 보이자 아른거리며 목이 매이고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돌아와서 일기 쓰는 지금도 또 눈물이.
2022년 2월 12일 (토, 맑음) 금정산
낮 온도 11도, 미세먼지 나쁘고 포근하며 봄이 오고 있다.
오늘 코코 오빠야 하고 뒷산 능선 사거리까지 갔다 왔다.
이사 와서 우리들이 갔던 곳 말이야.
돌이 많아서 그때는 채송이 너를 줄곧 안고 오르며 내려왔잖아.
이제는 오빠야가 눈이 잘 안 보이니 거의 안고 오르고 내려왔단다.
2022년 2월 17일 (목, 맑음)
지난 토요일, 코코와 뒷산 금정산 가는 길에 옆에 성불사라고 본 것 같은데 그래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졌다.
그 옛날 학창 시절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 성불사가 제목이라 맞으려나.
참으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흥얼흥얼
그것도 4시간 등산 내내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우는?구나
저 ~ 나도 모르게 혼자 울게? 하여라.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제목은 '성불사의 밤'이고 가사는 두 군데 틀렸군.
이은상 시에 홍난파 작곡이네. 그래 맞다. 학창 시절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주중에 뜬금없이 또 흥얼거려지는 것이 있었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은 의구한데 옛 시인의 허사로고.
~음~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려.
중고딩 교과서에 있었나 모르겠다.
한 40년 만에 짧은 문장이지만 거의 맞았네.
이것도 이은상 시에 홍난파 작곡이네.
중고딩 때 교과서 음악을 누가 좋아했나?
이제야 의미와 곡이 귀에 들어오네.
우째 이런 일이.
둘 다 이은상 시에 홍난파 작곡이고. 참으로 우리 셋이 놀랍다.
수백 수천 곡 중에 무심코 흥얼거려진 노래가 딱 이거 두 개가.
채송이 여운이 가시지 않고 코코는 안쓰럽고,
나도 모르게 두 곡이 중얼거려졌는데
평생 수백 수천 곡 중에 하필이면 이 두 곡만 중얼거려 진 것이 참으로 놀랍고 공교롭다.
지난 일이십 년 동안
1년에 한 서너 번 정도 음악을 들었는데 정말 놀랍다.
2022년 2월 19일 (토, 약간 맑음) 채송이 49재
강아지 49재는 여태까지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어느 추모 카페에 가입하고선 처음 알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49재로 추모하고 있었다.
또 49재 그 의미도 이번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무신론자라서 넘어가려다가 훗날 후회라도 할까 봐
코코 오빠야 하고 등산길에 국화 한 송이 챙겨갔다.
코코하고 국화 사러 왕복 3km,
채송이 무덤으로 뒷산으로 총 4시간 반을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