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그제 개각을 두고 신문들이 갖가지 이름을 붙였다. ‘미봉개각’ ‘땜질개각’ ‘찔끔개각’ ‘면피개각’ ‘생색개각’ 등.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대리경질’이다. 이 대통령이 환율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주무부서의 장(長)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2인자인 최중경 차관을 ‘대리’로 경질한 셈이라 해서 이 단어가 탄생했다.
‘대리’란 말은 일반 직장에서 ‘대리’란 직급으로, 또는 ‘대리운전’이란 이름으로 인해 우리에게 낯이 익다. 하지만 대리경질이란 단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든 일종의 신조어다. 명예를 생명으로 하는 장수가 어떻게 패전의 책임을 부하가 지도록 하고 자신은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까. 대리경질이 유독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 대통령이 여론을 알고 있었다면 대리경질의 파장을 예상했을 터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대리경질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일까. 대통령이 강 장관을 워낙 신임하고 있어 그를 포기할 수 없었나. 아니면 대통령이 경제 정책 실패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강 장관에게 창피를 주기 위해 일부러 강 장관을 살렸나. 그것도 아니라면 대통령이 진짜 민심을 몰랐던 것일까.
더욱 궁금한 것은 강 장관이 대통령으로부터 ‘대리경질’을 통보받았을 때 지었을 표정이다. 여론의 집중포화로 코너에 몰려 있었던 강 장관이 자신의 생존 사실에 환호작약했을까. 아니면 대통령에게 자신은 깨끗이 물러나고 대신 수제자격인 최 차관을 살려달라고 매달렸을까. 궁금증에 끝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강 장관이 부하의 희생을 딛고 목숨을 부지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장관 자리를 완전히 우스갯거리로 만든 것이다.
그나저나 앞으로가 걱정이다. 경제 사령탑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굴에 오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감히 어떻게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말을 할 수 있으며, 말을 한다 할지라도 누가 그 말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강 장관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그는 기획재정부 직원, 나아가 국민의 마음 속에서 이미 죽었다. 그것도 비겁하게 죽었다. 경제 사령탑 부재의 상황이라면 지나칠까.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요행수만 바라야 하는 국민이 불쌍하다.
<이승철 논설위원> 경향신문 08.07.09
그래서 궁금하다. 이 대통령이 여론을 알고 있었다면 대리경질의 파장을 예상했을 터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대리경질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일까. 대통령이 강 장관을 워낙 신임하고 있어 그를 포기할 수 없었나. 아니면 대통령이 경제 정책 실패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강 장관에게 창피를 주기 위해 일부러 강 장관을 살렸나. 그것도 아니라면 대통령이 진짜 민심을 몰랐던 것일까.
더욱 궁금한 것은 강 장관이 대통령으로부터 ‘대리경질’을 통보받았을 때 지었을 표정이다. 여론의 집중포화로 코너에 몰려 있었던 강 장관이 자신의 생존 사실에 환호작약했을까. 아니면 대통령에게 자신은 깨끗이 물러나고 대신 수제자격인 최 차관을 살려달라고 매달렸을까. 궁금증에 끝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강 장관이 부하의 희생을 딛고 목숨을 부지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장관 자리를 완전히 우스갯거리로 만든 것이다.
그나저나 앞으로가 걱정이다. 경제 사령탑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굴에 오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감히 어떻게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말을 할 수 있으며, 말을 한다 할지라도 누가 그 말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강 장관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그는 기획재정부 직원, 나아가 국민의 마음 속에서 이미 죽었다. 그것도 비겁하게 죽었다. 경제 사령탑 부재의 상황이라면 지나칠까.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요행수만 바라야 하는 국민이 불쌍하다.
<이승철 논설위원> 경향신문 0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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