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사설]국민 자존심 뭉갠 유인촌 장관 ‘촛불 타령’

코코와채송 2008. 7. 10. 18:12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의 말과 행동이 계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 장관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6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0.45% 줄었다. 촛불집회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배포된 ‘2008 상반기 관광 출입국 및 수지 분석과 전망’이란 문화부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원인은 유 장관의 지적과 사뭇 다르다.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항공료와 음식·숙박 등 여행비용의 상승을 꼽았다. 누가 봐도 객관적 지적이다. 유류값 폭등에 따른 여행객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해외 출국자 수도 6월에는 5.7%나 줄어들었다. 유 장관의 말대로라면 ‘촛불을 밝히느라 해외 여행객이 줄었다’고 해도 될 듯하다.

유 장관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촛불을 탓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영국 BBC방송·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촛불시위가 계속되면 한국경제에 부정적 요소가 생길 것”이라며 “외국 정부와의 협상은 물론 외국투자자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의 발언 후 하루 만에 유 장관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촛불시위 탓이라고 단정해 버렸다. 우리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배우 유인촌씨가 장관으로 내정되었을 때 “당선인의 코드 인사로 발탁된 그가 과연 소신있게 행정을 펼칠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장관이 된 후 그의 행보는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문화계 화합을 외치면서도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고, 부적절한 인물을 기관장에 내정했다가 문화계의 거센 반발로 취소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왜 촛불을 들었는가. 먹거리 하나 지키지 못하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촛불을 든 것이다. 그래서 촛불은 우리의 자존심이다. 유 장관도 알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국민보다는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추고, 소신보다는 보신을 좇는 듯하다. 촛불에 비친 유 장관의 행보는 영혼이 없어 보인다. 그가 문화부 장관이라서 더욱 그렇다.

 

-- 경향신문 08.07.09 ---